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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절현(伯牙絶絃)과 확약(確約)

호남디지털뉴스 | 기사입력 2011/06/01 [15:54]

백아절현(伯牙絶絃)과 확약(確約)

호남디지털뉴스 | 입력 : 2011/06/01 [15:54]

 

문학박사 오 석 환
단국대학교 한문학과 강사
조선대학교 고전연구원 초빙교수
충남대학교 대학원 초빙교수



‘백아절현’이란 자신의 강한 결의를 보이는 것을 비유하는 한자성어이다.
‘백아절현’은 기원전 239년경 진(秦)나라의 여불위(呂不韋)가 식객들에게 편찬하도록 한 백과사전 『여씨춘추(呂氏春秋)』「본미편(本味篇)」의 이야기에서 유래된 성어이다.

옛날, 백아(伯牙)라는 거문고 연주자가 있었다.
사람들은 백아가 연주하는 거문고 소리를 두고 희대의 명인이라고 극구 칭찬했지만, 백아는 그러한 평에 대해 그렇게 기뻐하지 않았다.
그런데 친구인 종자기(鍾子期)의 평가에 대해서는 예외였다.
종자기는 백아가 연주하는 거문고 소리를 정확하게 비평할 줄을 알았다.
그래서 백아는 자신의 거문고 연주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종자기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종자기가 돌연 병으로 죽자, 백아는 그의 죽음을 몹시 슬퍼하며 즐겨 연주하던 거문고의 줄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백아가 당대 거문고의 명인이었기 때문에 거문고도 최고가였을 것이고 어쩌면 당대 거문고 장인이 만든 하나밖에 없는 거문고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본인이 매우 애지중지하며 수년간 아끼고 관리했을 것이다.
이런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잘랐으니 그 효과는 배가되었을 것이다.

자신이 미래에 취할 행동을 표명하고 이를 확실하게 이행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확약한다고 한다.
‘확약’이란 ‘반드시 달성해야할 목표’ 또는 ‘확실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백아는 두 번 다시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겠다고 확약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들은 자주 약속을 한다.
많은 경우, 약속이라는 것은 자신의 미래 행동을 속박하는 것이므로 이는 약속한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미래의 선택지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약속하는 데는 당연히 의의와 이점이 있으며, 일부러 자신에게 불리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약속을 해서 자신의 태도를 분명하게 결정함으로써 비로소 상대가 태도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상대가 자신에게 유리한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자신의 행동을 확약하는 것이다.

확약이 전략적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확약은 신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아무리 자신이 어떤 행동을 확약했다고 생각해도 상대가 이를 신뢰해주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신뢰할 수 있는 확약이란 확약하려는 당사자에게 선언한 대로의 행동을 취할 인센티브가 있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비싼 라이터를 버리면서까지 담배를 끊겠다고 선언을 한다면, 이는 상당히 신뢰할 수 있는 확약이라고 할 수 있다.
애연가들에게 라이터는 소중한 물건이고, 오랫동안 애지중지하던 귀하고 값 비싼 라이터는 더욱 소중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반면 요즈음 대학등록금 반값 문제에서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경우, 이는 믿기가 어렵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약속을 했다가 이행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며,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한 번 활용하려 한다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만약 가능했다면 여태까지 가만히 있었겠는가?
현 정부의 4대강사업 추진력이라면 어떻게든지 실현하려고 시도했을 것이다.

선언한 대로 이행할 인센티브가 있는지 없는지 의심스러울 경우에는 상대에게 신뢰받기 위해서는 선언이 이루어지도록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
확약에 반하는 행동을 취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일례로 꼽을 수 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든지 아니면 법으로 정하여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든지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행할 능력이 없으면 처음부터 말을 꺼내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다.

백아의 경우, 다만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확약의 신뢰성이 약하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경우 은퇴를 확약하고도 다시 번복하며 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줄을 끊어서 애용하던 거문고를 더 이상 연주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비로소 확약의 신뢰도는 높아진다.

단호한 결의는 만사를 움직인다.
그러나 그 결의의 굳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남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줄을 끊지 않아도 백아가 거문고를 연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줄을 끊지 않았다면 그의 확약이 후세에 전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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